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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주인공

처음엔 곧 죽어도 내가 주인공인 드라마의 원톱이었다.
찌질하고 어리석었을지라도 때로 사랑에 울기도 하고 못난 친구이기도 고집 센 딸이기도 하고 그렇게 우여곡절 이끌어온 드라마가 결혼과 함께 끝났을 때 '재미있었네..' 하며 그닥 아쉬워하진 않았다.
아이를 낳고 시작된 새 드라마에서 주인공은 아들들이었고 나는 데뷔때부터 엄마역할만 했던 배우인 양 조연으로 엑스트라로 활약하며 몰입했다. 아니 때로 열혈시청자가 되어 주인공들의 대사 하나 동작 하나에 환호하며 같이 울고 같이 웃고 아파했다.
아이들이 자라 서울로 공주로 같은 해에 떠났을 때 이 드라마는 끝이 났고 그 허전함은 열독하던 장편소설의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보다 컸고, 상실감은 애정하던 드라마(주군의 태양, 괜찮아 사랑이야 같은)가 끝났을  때 이상이었다.
새로운 드라마가 시작될 거라는 기대감은 1도 없이 사생팬이 되어 내 곁을 떠나간 배우들의 SNS를 기웃대거나 다시보기로 지나간 장면들에 빠져들기 일쑤였다.
집착인지 사랑인지 구분하지 못하고 매일 안부를 묻고 (그땐 그럴수 밖에 없었다 지나간 일이니 이해해라..지금도 때때로 그러고 있는 난데..) 드라마가 끝났다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했었다
그러다 이제 새로운 드라마가 시작한다. 아니 시작하려고 한다 저예산 독립영화라도 좋으니 다시 나도 주인공으로.. 내 사랑하는 배우들도 각자의 드라마에서 주인공으로..연작소설이라도 좋고 옴니버스 드라마여도 좋겠다. 요래요래  얽히고 설켜서 때로는 스펙타클하게 또 때때로 고요하게 만나고 헤어지고 사랑하고 이별하고..직장드라마도 찍고 멜로도 찍고 여행다큐도 찍고 가끔 코미디도 찍어가면서 가지가지 하며 울며 웃고 싸우고 사랑하고 싶다. 그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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