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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내가 나를 사랑하지 못했을 때 간절히 주변 사람의 사랑이 필요했고 그것을 원했다. 하지만 나는 끝까지 내가 원하는 만큼의 사랑을 받지 못했고 늘 불행했다. 내가 나를 사랑할 수 없는 이유와 다른 이들이 나를 사랑하지 못하는 이유는 같았고 심지어 나는 그 이유 때문에 나를 용서할 수 없었다. 때로 열심히 살다보면 어쩌면 갚을 수 있지 않을까 착하게 살자 나를 버리자 애쓰고 애쓰다보면 어느날엔가 잊혀지지 않겠나하는 욕심으로 살았고 끊임없이 희생하고 헌신했다고 착각했다. 그러나 희생도 헌신도 결국 나를 위한 것이었고 스스로를 비롯한 누구에게도 용서받지 못했다. 누구를 아프게 했던가 누구를 괴롭히고 누구를 찌르고 베었던가. 모든 칼날은 나를 향한 것이었다. 생활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하였던가. 생활은 정직했고 생활을 속이는 것은 오히려 나였다.
어쩌다 나는 나를 사랑하지 못하게 되었나 곰곰히 생각하다보면 그건 사랑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야 라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관계처럼 물고 물리는 답이 있을 뿐이었다.
생활은 땅에 있었고 나는 허공에서 발버둥을 쳤다. 간신히 정신을 차렸을 때 머리는 바닥으로 곤두박질쳐있고 발은 공중에 떠 있었으며 가슴은 산산조각이 나 있었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다시 시작한다면 아니 다시 태어난다면 혹은 과거로 돌아가 그 젊은 나를 만난다면 사랑에 대해 말해줄텐데 하는 후회와 집착으로 오랜 시간을 내가 될 수 없는 나로 살았었다.
이제와 감히 조심스럽게 내가 나를 조금은 좋아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고등학교 졸업이전의 철없는 얼굴로 웃어보기도 하고 다른 이의 눈을 바라보며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 있게 되었다. 어떻게 갑자기 왜  이런 질문을 던져본다. 갑자기 내가 얼마나 사랑을 받고 있는지 볼 수 있는 눈이 생겼나 불현듯 사랑한다고 말하고 있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귀가 솟아났나..궁금하면 오백원..
사실을 말하자면 아직도 외롭고 슬프고 가난하고 가끔 불행하다. 그러나 적어도  분노와 원망으로 나를 괴롭히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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