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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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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 스물 여덟 살 난 아들과 통화를 하다 한바탕 눈물바람을 했다.
이제 대학 마지막 학기를 하고 있는 아들은 한창 취업준비에 몰두하고 있는 때이다. 오늘따라 오전 늦은 시간까지 움직이지 않고 집에 있다는 것도 마뜩찮고 통화를 하는 목소리가 심드렁한게 못마땅해서 더 열심히 해라 시간을 잘 관리해야하지 않겠냐 다른 사람보다 나이가 많으니 급한 것도 있고 집안형편도 전에 비해 썩 좋지 않다는둥 그야말로 잔소리에 불과한 푸념을 늘어 놓았다. 순간 전화기를 통해 낮은 한숨소리가 전해져 왔다.

나는 말을 멈췄다. 이전 같으면 왜 한숨이냐 뭐가 힘드냐 나는 더 힘들다 했을텐데 갑자기 '왜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진심으로 그들이 행복하기를 바라며 힘이 되는말 위로가 되는 말을 하려 애를 쓰고 있으면서 정작 가장 사랑하는 아들에게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모진 훈계만 하고 있는 걸까' 라는 생각이 스쳐갔다.
너 잘되라고 그러는거야 라는 변명은 날 위한 것이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알아. 지금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가장 힘든 때라는거 엄마도 알아. 점점 더 힘들겠지."
그 한마디에 울음을 터뜨린 아들...한동안 흑흑 흐느끼는 울음을 들으면서 같이 울 수 밖에 없었다.

오래 떨어져 있으면서 그리움만 커져버린 마음이 늘 아쉬움과 미련으로 차 있어서 정작 아들의 마음을 들여다 봐주는데는 인색하지 않았나 싶어 속상했다. 그후로도 꽤 오래 통화를 했고 결국은 다시, 그러니까 더 열심히 하자로 마무리가 되었지만 다 큰 아들의 울음소리가 계속 맴돌아 가슴 한쪽이 저릿하다

나라 탓을 해야하나 내 탓을 해야하나..